“The face is not a sign but a map; it is not merely a part of the body, but a social and political product in which meaning is composed and the subject is formed.”
— Gilles Deleuze and Félix Guattari, A Thousand Plateaus (adapted quotation)
“얼굴은 기호가 아닌 지도이며, 그것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의미가 구성되고 주체가 형성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생산물이다.”
— 질 들뢰즈 & 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재구성 인용)
VULTUS: Liminal Faces dismantles the fixedness of identity through the figure of the face, illuminating—through the gazes of three artists—how the face as a social sign is continually constructed and deconstructed. Although the Latin word vultus simply means “face” or “expression,” here it becomes a conceptual point of departure, framing the face as a field where social codes, psychological depth, and aesthetic experience intersect.
Invoking Deleuze and Guattari’s concept of visagéité (“faciality”), the exhibition refuses to treat the face as merely biological or personal. The face is a political structure society places upon the individual, a semiotic apparatus of power imposed on the body. It is the site where meaning condenses, the subject is captured, and identity is defined—yet it can also become a line of flight. Faciality is at once a machine of reterritorialization and a generative field that unsettles its own borders. The title phrase “liminal faces” rests precisely on this current: identity is never fastened to a single face, nor is a face bound to a single identity.
Accordingly, the exhibition reconstructs the face. Rather than fixed emblems of the self, the artists present faces that are perpetually forming and shifting, probing what the face can reveal, conceal, and become. Tania Marmolejo, Adriana Oliver, and Jonni Cheatwood each re-imagines the face in distinct ways, visualizing within its form the instability of contemporary identity, the breadth of emotion, social positionality, and detachment from it. Deconstructing or rebuilding the face, they explore the boundaries of self and the conditions of identity, proposing the face not as a static form but as a trembling, ever-transitional place of existence. Marmolejo’s faces mine emotional depth; Oliver minimizes the face as a social symbol; Cheatwood translates the very act of making a face. Their works no longer declare who someone is, but ask what one might become.
Tania Marmolejo, drawing on a background where Dominican and Nordic cultures intersect, explores the dualities of female identity and the subtle strata of the inner life. Her figures, forever silent yet intent in their gaze, make emotion palpable. Enlarged eyes and structurally simplified forms guide viewers across an emotional terrain whose density expands to monumental scale. Her faces look straight ahead while sinking inward, raising an “imperfect self” that wavers between social expectation and inner desire.
Adriana Oliver pushes anonymity to its extreme. Figures rendered with the barest lines, flat compositions, and omitted expressions dismantle the social signs and power structures embedded in the face—resisting the roles and symbols society assigns to it. Faces stripped of race, class, and affect awaken latent readings and memories in the viewer, evoking collective humanity beyond personal history and visually asking, “What does the face disclose, and what does it hide?”
Jonni Cheatwood dismantles—and indeed constructs—the face. Collisions of torn canvas, fabric, drawing, and paint continually break down the boundary of fixed persona. Rejecting formal consistency and emotional clarity, his faces appear as organic clashes of constituent elements, possibilities still taking shape, revealing identity as a process forever stitched together and taken apart like a patchwork.
Through the familiar device of the face, VULTUS: Liminal Faces ventures into the most unfamiliar, ambiguous boundaries of the self. Fixed identity, clear meaning, and singular emotion are absent; in their place stand ambiguity, multiplicity, and trembling borders. The exhibition asks: With what face do we live, who made that face, and can we flee from it?
Questioning how the self is constructed and how society bestows identity through the face, the exhibition simultaneously proposes the possibility of escaping every construction and prescription. It offers no definitive answers, but guides viewers to redraw their own faces from within. Here, the face is no longer something captured—it is constantly in flux.
《VULTUS: 전이적 얼굴들》은 얼굴이라는 형상을 통해 정체성의 고정성을 해체하고, 사회적 기호로서의 얼굴이 어떻게 구성되고 탈구축되는지를 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조명하는 전시다. 라틴어 ‘VULTUS’는 단순히 얼굴이나 표정을 뜻하는 단어지만, 여기선 사회적 코드, 심리적 깊이, 미적 경험이 교차하는 하나의 ‘장(場)’으로 얼굴을 사유하는 개념적 출발점이 된다.
이 전시가 참조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얼굴성(visagéité)’ 개념은, 얼굴을 단순히 생물학적이거나 개인적인 범주로 보지 않는다. 얼굴은 사회가 개인에게 씌운 정치적 구조이자, 신체 위에 부과된 권력의 기호 체계다. 얼굴은 의미가 집약되고, 주체가 포획되며, 정체성이 규정되는 자리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탈주선이 될 수도 있다. 얼굴성은 재영토화의 기계이면서도, 그 경계를 흔들고 흐트러뜨리는 생성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전시 제목의 ‘전이적 얼굴들’은 바로 그 흐름 위에 놓인다. 정체성은 하나의 얼굴로 고정되지 않으며, 얼굴은 하나의 정체성에 묶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전시는 얼굴을 재구성한다. 작가들은 고정된 자아의 표상이 아닌, 끊임없이 생성되고 전이되는 얼굴들—‘전이적 얼굴들’—을 통해 얼굴이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며, 또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이 전시에 참여한 세 명의 작가 — 타니아 말모레호, 아드리아나 올리버, 조니 치트우드 — 의 시선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얼굴을 재구성하며, 그 형상 속에서 현대인의 불안정한 정체성과 감정의 진폭, 사회적 위치성과 그로부터의 이탈을 시각화한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얼굴이라는 형상을 해체하거나 재구성하며, 자아의 경계와 정체성의 조건을 탐색한다. 이들은 얼굴을 단순한 형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이되고 흔들리는 존재의 ‘장소’로 제안한다. 말모레호의 얼굴들은 감정의 심층을 파고들고, 올리버는 사회적 상징으로서의 얼굴을 최소화하며, 치트우드는 얼굴 자체를 ‘짓는’ 행위로 전환한다. 이들의 작업은 얼굴이 더 이상 ‘누구인가’를 선언하지 않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게 만든다.
타니아 말모레호는 도미니카와 북유럽 문화가 교차하는 배경에서 출발한 시선을 통해, 여성 정체성의 이중성과 내면의 미묘한 층위를 탐색한다. 그녀의 인물들은 늘 침묵한 채 무언가를 응시하지만, 감정은 명백하다. 확대된 눈과 조형적으로 단순화된 형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정의 지형을 탐색하도록 유도하며, 기념비적인 규모로 확장시킨다. 그녀의 얼굴들은 정면을 응시하지만 동시에 내면으로 침잠하며, 사회적 기대와 내적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는 ‘불완전한 자아’를 끌어올린다.
아드리아나 올리버는 익명성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최소한의 선, 평면적인 구성, 생략된 표정으로 이루어진 인물들은 얼굴이라는 형식에 내재한 사회적 기호와 권력 구조를 해체한다. 그것은 곧 사회가 규정한 역할과 상징으로서의 얼굴에 대한 저항이다. 인종, 사회 계층, 감정마저 지워진 얼굴은 관람자 안에 잠재된 해석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며, 개인적 역사를 초월하여 집단적 인간성을 환기시킨다. 얼굴의 권력 구조를 반문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녀의 작업은 “얼굴은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추는가”라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제기한다.
조니 치트우드는 얼굴을 해체한다. 정확히 말해, 얼굴을 ‘짓는다’. 조각난 캔버스, 패브릭, 드로잉, 물감의 충돌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은 고정된 인물성의 경계를 끊임없이 무너뜨린다. 그의 얼굴은 형태의 일관성도, 감정의 명확성도 거부한다. 그는 얼굴을 구성 요소들의 유기적 충돌로, 미완의 가능성으로 제시하며, 정체성이란 결국 누더기처럼 기워지고 해체되는 패치워크 과정임을 드러낸다.
《VULTUS: 전이적 얼굴들》은 얼굴이라는 친숙한 장치를 통해, 가장 낯설고 모호한 자아의 경계로 진입하는 시도다. 고정된 정체성, 명확한 의미, 선명한 감정은 이 전시에서 빠져 있다. 대신, 불분명함, 다층성, 경계의 흔들림이 중심에 놓인다. 이번 전시가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 얼굴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얼굴에서 탈주할 수 있는가?
이 전시는 관객에게 자아란 어떻게 구성되고, 사회는 얼굴을 통해 어떻게 정체성을 부여하는지를 질문하며, 동시에 그 모든 구성과 규정에서 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한다. 전시는 하나의 확정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의 내면 속에서 스스로의 얼굴을 다시 그려보도록 유도한다. 이곳에서 얼굴은 더 이상 포착되는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존재다.
